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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저널-5호] (2002년 5호 기획) 습지 생태계의 비밀
 글쓴이 : 기자협회
작성일 : 2008-03-21 23:45   조회 : 1,089  
HTML Document *습지 생태계의 비밀
제주문화방송 송문희
언제나 물을 품고 있는 땅, 습지. 습지의 여름은 참으로 바쁘다. 습지에 살고 있는 온갖 동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물과 뭍을 분주하게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한철, 그 짧은 기간에 습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작은 물웅덩이 속에서도 새 생명을 위한 자연의 신비가 이어지고
다양한 습지동물들이 빚어내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환경부 보호동물 맹꽁이, 장마철 지루함을 달래듯 시원하게 울어대고 있다. 물이 없는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습지의 대표적 동물이다.

생태계의 보고 습지. 초록빛 풀밭을 누비면서 생명의 재 탄생과 영원불멸의 존재임을 연상시키는 뱀. 물 속의 왕, 물장군. 수많은 곤충과 양서. 파충류, 포유류, 조류들이 함께 어울려 자연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늘의 먹이가 내일의 천적이 되고 먹고 먹히는 적자생존 속에서도 서로 공생하며 생태계를 유지해 가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위 환경과 비슷한 색으로 피부색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위협과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습지 동물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통해 자연의 신비를 벗겨본다.

생명체들의 번식 시기인 여름철 습지. 맹꽁이들이 짝짓기를 위해 울어댄다. 자루 모양의 울음주머니로 큰 소리를 내며 짝을 찾고 있다. 은백색의 울음주머니가 있는 것은 수컷, 암컷을 찾아 실컷 울어댄다. 짝짓기 시절인 장마철 이외에는 땅속이나 굴속에서 보내는 맹꽁이. 알에서 올챙이로, 올챙이에서 맹꽁이로 탈바꿈하는데 보름이면 가능하고 새끼 맹꽁이도 축축한 땅속으로 들어가 다음해 장마철을 기다린다. 맹꽁이들의 세상 나들이는 장마철뿐이다. 맹꽁이 보기가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 제주 mbc는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맹꽁이의 일생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맹꽁이는 허파가 작아 목청을 타고 나오는 소리는 약하지만 울음주머니로 보내지면서 놀라울 정도로 커지게 된다. 일부 맹꽁이는 얼마나 울어댔는지 울음주머니의 모세혈관이 터져 시뻘겋게 물들었다. 맹꽁이는 짝짓기 할 때 등과 배에서 끈적끈적한 접착제 성분을 내뿜어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수컷은 짝짓기를 하는 동안 뒷다리로 암컷의 허벅지를 세게 밀며 알이 잘 나오도록 맛사지를 해준다. 알이 나올 때마다 등위에서 정액을 뿌려 체외수정을 한다.

새 생명이 탄생하고 있다.
맹꽁이 알은 끈적끈적한 젤리 같은 수정액으로 감쌓여 있다. 가득히 떠 있는 맹꽁이 알은
초기부터 하얀 색과 검은 색으로 구별된다. 알을 낳을때 덩어리로 뭉쳐서 물 속에 낳는 개구리알과 확연히 다르다. 막 세상에 나온 알들은 물위에 뜨는 관계로 천적에게 그대로 노출돼 소금쟁이등 곤충들에게 먹히기 쉽다. 살아 남아서 부화된 올챙이들도 다른 곤충들로부터 가장 먼저 공격을 받는다.

참 개구리와 청개구리, 맹꽁이 올챙이는 서로 비슷해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참개구리 올챙이는 몸통과 꼬리가 검은 색인데 비해 맹꽁이 올챙이는 꼬리색깔이 빨갛다. 청개구리는 꼬리색깔이 맹꽁이와 비슷하지만 몸체가 전반적으로 붉은 색을 띠고 있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워낙 커 쉽게 구별된다. 올챙이는 아가미로 호흡하고 개구리나 맹꽁이가 되면 폐호흡과 피부호흡을 같이 하는 구조로 바뀌어 육지생활에 적응해 간다.

맹꽁이는 2중창을 하듯 상대방이 "맹"하면 자신은 "꽁"하고 상대방이"꽁" 하면 자신은 "맹" 하면서 운다. 온몸으로 울 때마다 잔잔한 물살을 이룬다. 수컷이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암컷이 거부하고 있다. 힘 쎈 뒷다리로 암컷의 머리를 차도 소용이 없다. 한차례 뒤집혀서도 떨어지지 않자 서로 발버둥치며 싸우다 헤어진다.

맹꽁이는 몸 안에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이 없어 주변온도에 체온을 맞춰 가며 살아야 한다. 겨울잠을 자는 것은 이 때문이다. 힘 쎈 뒷다리로 흙을 파헤쳐 땅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길 수 있다. 웅덩이를 파고 구덩이를 만들어 비가 오기를 기다리며 몇 주 또는 몇 달, 심지어는 몇 년을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인다. 그러나 농약사용과 산업화에 따른 폐수로 급속히 줄어들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요즘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습지에서나 볼수 있다.

제주지역이 남방한계선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무당개구리, 제주지역의 무당개구리는 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당개구리의 남방한계선인 일본 대마도에서 무당개구리가 멸종됐기 때문이다.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구리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이다. 시키는 일을 반대로만 하다 어미의 무덤을 잃고 난 후 후회한다는 전래동화가 있다.

산개구리는 물속 바위 밑이나 육지의 큰 바위 아래 은신하다 밤에 활동한다. 민가에서 식용개구리로 불리기도 한다. 보신용으로 매매되면서 멸종위기에 놓인 종이다.

참개구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 등면의 바탕색은 개체에 따라 변이가 많아 대개 녹색, 갈색, 연한 회갈색, 황색으로 되어 있다.

개구리는 물과 땅을 오가며 생태학적으로 중간적 위치에 있는 환경지표종으로 습지생물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개구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깨끗한 물이 사라지고 인간이 살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다는 증거이다.

제주지역의 도롱뇽은 한반도의 종과 다른 것으로 분류돼 제주도롱뇽으로 부른다.

물위의 왕자 소금쟁이. 몸이 가벼운데다 잔털이 난 발에 기름기가 있어 물위를 미끄럼 타듯 다니지만 비눗물에는 금방 빠져 버린다. 소금쟁이에게 물위는 자기 세상이다. 물위에 먹이가 떨어지면 귀신같이 알고 금새 달려온다. 먹이가 떨어지면서 발생한 진동을 듣고 감지하게 된다. 10여마리의 소금쟁이가 1개의 먹이를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마치 벌집을 연상케 한다.

물매아미도 물위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하듯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직박구리 둥지에 누룩 뱀이 침범해 갓 태어난 새끼를 먹어 치운다. 직박구리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채 둥지주변에서 맴돌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새끼를 먹고난 누룩 뱀은 둥지 바로위에 있는 어미까지 먹으려고 올라가다 포기하고 있다. 어미 직박구리는 마지막 울음소리를 낸후 다시 오지 않았다.

산정습지의 여름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빗줄기가 쏟아지다가도 금새 맑고 무더운 날씨가 된다. 비 날씨가 그친 습지, 뱀들이 몸을 말리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뱀이 성장하면서 벗어놓은 허물, 뱀 껍질도 군데군데 보였다. 허물이 거의 벗겨진 쇠 살모사도
먹이를 찾아 나서고 있다.

화려한 색과 무늬가 있다고 해서 꽃뱀으로 불리는 유혈목이 뱀. 우리나라 뱀 가운데 가장 흔한 뱀이다. 유혈목이 뱀이 개구리를 사냥하고 있다. 뱀은 피부가 마음대로 늘어나고 줄어들 뿐 아니라 갈비뼈가 넓게 확대돼 자기보다 4배 이상된 먹이도 쉽게 먹을 수 있다. 물위의 왕, 유혈목이 뱀도 먹이 사냥에 실패할 때가 많다.

유혈목이는 송곳니가 없어 흔히 독 없는 뱀으로 알려졌으나 어금니에 신경성 독이 있다. 어금니로 물렸을 경우 신경성 독이 번져 온몸의 피를 교환해야 하는등 독사보다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나라 뱀 중에서 가장 작은 대륙유혈목이. 평균 크기는 50센티미터이고 몸통은 연필 굵기만하다. 전국에 걸쳐 서식하고 있으나 개체수가 적어 희귀종이다. 독이 없으며 성질도 온순해서 사람이 잡아도 물지 않는다. 대륙유혈목이는 나무타기를 좋아하고 수영도 잘한다. 환경 변화에 예민하고 허약한 체질이어서 대륙적인 기질을 갖고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뜻으로 대륙유혈목이로 불리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비바리 뱀. 대륙유혈목이와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주둥이가 다르고 정수리에 검은 무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희귀종으로 지난 82년 한국산 미기록 종으로 기록됐다. 독이 없고 순수하며 빛나는 광택으로 아름다워 제주도 아가씨인 비바리를 본 따 비바리 뱀으로 불리고 있다.

구렁이가 없는 제주지역에서 구렁이로 불리고 있는 누룩 뱀. 큰 바위 밑에 10개의 알과 함께 누룩 뱀이 발견됐다. 누룩 뱀을 잡자 팔을 휘어 감았다. 부근 돌담 아래의 누룩 뱀 알은 이미 부화돼 껍질만 남았다. 누룩뱀은 힘이 세 왠만한 포유류는 몸으로 감아 꼼짝 못하게 한 후 질식시켜 잡아 먹는다. 술과 된장을 담글 때 사용하는 누룩 색깔과 비슷하다고 해서 누룩 뱀으로 불리고 있다.

누룩 뱀 알에서 새끼가 부화되고 있다. 구렁이와 누룩뱀등 독이 약한 뱀은 알에서 부화하는데 비해 살모사는 직접 새끼를 낳는 난태생이다.

쇠 살모사가 새끼를 낳고 있다. 어미는 얼마나 지쳤는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어미 뱃속에서 이미 성체가 된 채 태어난 쇠 살모사는 예상보다 훨씬 기민하게 움직였다. 금방 태어난 새끼라고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자기에게 달려드는 물체에게 입을 쩍 벌리며 반사적으로 공격했다.

살모사란 이름은 태어나자마자 새끼가 어미를 잡아먹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새끼를 낳은 어미는 기진맥진해서 누가 건드려도 꿈적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새끼들이 어미를 죽인 것으로 착각해서 어미를 살해하는 뱀, 살모사라고 부르고 있다.

쇠 살모사의 이빨은 양쪽에 송곳니가 나와있고 이곳에서 독이 나온다. 제주지역에는 살모사가 없지만 살모사보다 다소 작은 쇠 살모사가 살고 있다. 쇠 살모사는 몸 색깔이 주로 붉은 색이어서 붉은 독사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제주에 분포하고 있는 쇠살모사는 변형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머리와 등은 살모사 특징이고 혀와 꼬리는 쇠살모사 형태를 띠고 있다. 제주지역 환경특성에 따라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제주살모사로 될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으로 유전자 변형등을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장올 배수로에서 쇠 살모사가 발견됐다. 부근 계곡에도 1미터 간격으로 쇠살모사 2마리가 있다. 쇠 살모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자 잔뜩 움추린 채 공격 준비를 한다. 취재 카메라가 다가가자 점프하며 공격한다. 카메라가 계속 가까이 다가가자 꼬리를 심하게 흔든다. 살모사는 겁을 먹었을 때나 위협할 때 꼬리를 심하게 흔든다.

뱀은 주변 온도에 체온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변온동물이어서 아주 덥거나 추울때는 다니지 않는다. 먹이를 먹었을 때 반드시 일광욕을 한다. 일광욕을 하지 않으면 소화효소가 분비되지 않아 몸 속의 먹이가 썩으면서 함께 죽기 때문이다. 뱀은 방향을 잡거나 냄새를 보다 잘 맡기 위해 혀를 날름거린다.

도마뱀과 비슷한 줄장지뱀. 다른 장지뱀에 비해 나무를 잘 탄다. 혀를 이용해 먹이를 찾고
곤충을 잡아먹는 시간이 수십분의 1초로 매우 빠르다.

하얀 실 같은 연가시. 움직이지 않을때는 영락없는 하얀실이다. 실이 얽혀있는 것처럼 꼬여 있지만 계속 움직이고 있다. 동물의 기생충이었으나 몸 밖으로 나온 후 자체적으로 동물 기능을 한다.

습지에는 패각류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고둥류의 왕 우렁이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녹말 등을 먹어치워 물을 깨끗하게 해준다. 세모고랭이 수초 줄기에 맺힌 분홍색의 알이 영롱하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햇살이 물속까지 밝게 비춰주는 무더운 여름, 물밖 곤충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살아있는 동물만 잡아먹는 거미. 거미줄에 걸리는 진동을 듣고 신속히 나와 먹이감을 잡는다.

잠자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암컷은 짝짓기가 끝나자마자 물가에서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낳는 사이 수컷은 상공에서 암컷을 보호한다. 다른 잠자리나 곤충이 오면 사력을 다해 쫒아낸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생존을 위한 먹이사슬 경쟁에 뛰어든다. 잠자리 유충은 눈이 밝고
턱 아래 숨겨진 아랫입술로 사냥감을 낚아챈다. 0.25초만에 번개같이 사냥한다. 혀를 내밀때는 화살을 쏘는 것처럼 순식간에 이뤄진다. 미꾸리 새끼를 3-4분만에 먹어 치울 정도로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잠자리 유충은 입술에 가시가 돋친데다 앞다리에 털이 나있어 잡은 먹이를 놓치는 법이 없다. 먹이가 부족하면 종족도 잡아 먹는다. 종족 포식법은 먹이가 없을 때 가끔 발생한다. 종족까지 먹어 치우는 본능과 경쟁심은 대를 잇기 위한 몸부림이다.

잠자리로 태어나기 위해 물속에 있던 유충이 물위로 오른다. 6시간에 걸쳐 수초로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적당한 장소를 찾아 탈피를 시작했으나 실패한다. 개미 1마리가 갓 태어나는 잠자리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천적의 공격이었다. 잠자리로 태어나기 위해 물속에서 3-4년을 기다렸지만 기다린 보람도 없이 허무하게 일생을 마쳤다. 날개를 펴서 잠자리로 되는 유충은 30%에 불과하다.

갓 태어난 잠자리새끼가 날지 못하고 풀잎에 매달려 있다. 힘겹게 나는 연습을 하다 물에 빠지곤 한다. 어린 잠자리는 날개를 펴면 시속 100킬로미터로 날면서 지상의 사냥꾼으로 변신한다.

일반 잠자리보다 훨씬 작은 아시아실잠자리도 짝짓기를 하고 있다. 실잠자리 수컷은 암컷이 알을 쉽게 낳을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한다.

물영아리에서 곤충을 채집하던 중 고마리 수풀 사이로 큰 물체가 움직였다. 아직 날지 못하고 있는 흰빰 검둥오리 새끼였다. 흰뺨검둥오리 새끼가 발견된 것은 텃새화하며 번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새들의 먹이가 많아 생태계가 잘 보전됐다는 증거이다.

매와 수리, 황조롱이도 만날 수 있었다.

신기한 새집이 발견됐다. 높이 50센티미터 높이의 억새줄기에 지어졌다. 새 둥지와 달리 둥지 전체를 감싸고 있다. 사람이 얽어맨 것보다 단단하게 조여졌다. 조심조심 묶인 줄을 풀고 살펴봤다. 제주 멧밭쥐였다. 제주 멧밭쥐를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촬영하는 순간이었다.

세계 1,000종 이상의 쥐 가운데 가장 작은 쥐로 매우 희귀한 쥐다. 체중은 7그램 미만이고
1원짜리 동전 7-8개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 갓 태어난 5마리의 새끼는 엄지손가락 손톱만큼한 크기였다. 새끼들은 둥지를 열자 한 여름인데도 추웠는지 서로 감싸며 계속 움직였다.

둥지를 원상복구하고 다음날 아침 확인했다. 새끼들이 모두 없어졌다. 일주일후 깊은 밤을 이용해 처음에 집을 지었던 현장을 중심으로 멧밭쥐 둥지를 찾아 나섰다. 처음에 지었던 둥지 부근에 새로운 집을 짓고 새끼들을 옮겨다 놓은 현장이 발견됐다. 5마리의 새끼가 모두 무사히 있었다. 새 생명의 탄생을 노래하는 것처럼 기뻣다. 털이 나고 몸체에 붙어있던 귀가 떼어지는 등 몰라보게 성숙해 있었다. 어미는 혓바닥으로 모든 새끼들을 핧아 주었다. 어미가 밖에서 되돌아 오더라도 냄새로 어미임을 알아차리게 하기 위함이다.

제주 멧밭쥐는 워낙 영특해서 사람들에게 둥지가 발견되면 반드시 집을 옮겼다. 2번째 집이 들통나자 어미는 밤새 3번째 집을 짓고 새끼들을 다시 옮겼다. 새집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젖을 먹였다.

거친 비바람으로 둥지가 훼손됐다. 비가 그치자 어미는 4번째 집을 지었다. 싱싱한 띠 잎과 마른 잎을 번갈아 가며 뜯어다 집을 짓기 시작했다. 평소 둥지를 만드는 기간은 2일에서 10일정도. 그러나 밤새 쉬지않고 집을 짓고 새끼를 입으로 물어 이동시켰다. 사람과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주로 밤에 활동하는 제주 멧밭쥐. 풀잎을 타고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은 서커스라기보다 하나의 예술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다. 제주 멧밭쥐는 움직일 때마다 긴꼬리를 줄기에 감고 떨어지지 않도록 해서 날렵하게 움직인다. 긴 꼬리는 탄력이 있고 잘 휘어지며 다른 쥐에는 없는 미끄럼방지 막이 있다.

멧밭쥐 수컷의 정자는 일반 쥐 정자와 구별된다. 일반 쥐들은 1년에 수 차례 출산하고 보통 10마리 이상 낳지만 멧 밭쥐는 1년에 한차례 5마리 정도 낳는데 그친다.

사람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습지. 그러나 곤충들에게는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귀중한 삶의 터전이다. 여름철 습지의 왕성한 수초들은 수서 곤충들의 보금자리이자 은신처로 제공된다.

물 속은 1미터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혼탁했다. 올챙이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수서곤충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물장군이 발견됐다. 예전에는 흔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귀해진 물장군. 환경부에서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동물이다.

장군이란 이름처럼 무적장군이다. 낫처럼 생긴 앞발과 바늘 같은 입으로 사냥에 나선다. 아가미가 없는 물장군은 항상 수초 옆에서 꼬리로 연결된 긴 대롱의 숨관을 물 밖으로 내놓아
숨을 쉬며 먹이를 기다린다. 자기 앞에 나타난 먹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낚아챈다. 황소개구리 올챙이 1마리가 물장군 사정권에 접어들자 잽싸게 낚아챈다. 한 손으로 목을 조여 꼼짝하지 못하도록 한 채 긴 입을 통해 소화액을 넣어 녹여서 체액을 빨아먹고 있다. 물장군이 먹이를 먹는 사이 거머리가 가세했다.

거머리는 제주도내 대부분의 습지에는 볼 수 있다. 거머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오염되지 않고 원시적인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거머리는 온몸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아 나서고 움직이는 동물에게 무조건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다. 몸놀림이 날렵하고 힘이 세며 포식성이 강한 육식 어종인 블루길도 물장군에게 꼼짝하지 못했다. 턱이 강하고 공격적인데다 닥치는 대로 고기를 잡어 먹는 블루길이 물장군을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외래종들의 천적은 물장군임을 증명하고 있다. 제주도내 중산간 지역 습지에는 물장군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1제곱미터에 10여마리가 채집된 곳도 있다. 물장군은 새끼때 에도 자기보다 큰 동물에게 덤벼드는 대담성을 보였다.

장구애비도 물장군처럼 긴 꼬리의 숨관을 물위로 향한 채 숨을 쉬며 잠자리유충을 잡아먹고 있다. 장구애비가 자신의 몸을 한참동안 긁고 있는 것은 몸에 붙은 진드기를 떼 내고 있는 것이다.

물방개가 신나게 헤엄친다. 긴 털이 난 뒷다리로 노를 젓듯 밀며 쉴새없이 헤엄친다. 숨관이 없는 물방개는 날개 틈에 저장한 공기로 물 속에서 3-4분 동안 버티며 먹이를 잡는다. 죽은 것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물 속의 청소부이다.

알을 지고 다니는 물자라는 암컷이 수컷등위에 올라가서 알을 낳는다. 물자라는 1차례 짝짓기로 1개의 알을 낳는데 수컷은 보통 130여개의 알을 지고 다닌다.

대부분의 곤충은 밤에 산란하기 때문에 물 속의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 밤의 곤충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야간 곤충채집에 나섰다.

한낮의 무더위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던 8월말. 노을이 지면서 풀벌레 소리가 커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보름달이 훤히 떠오른 한밤중의 풀벌레 소리는 더욱 명료하다. 인적이 드문 밤, 덤불이 우거진 풀 속에서 수서곤충과 습지주변의 곤충이 대량 모여 들었다. 한밤중 밝은 불빛을 따라 모여든 곤충은 30여종. 날개에 태극무늬가 있는 태극무늬밤나방을 비롯해 메뚜기, 여치, 넙적송당벌레, 풍뎅이류등이 날아들었다.

제주를 찾는 대부분의 철새들은 하도리와 성산포 해안으로 찾아온후 다른지역으로 분산.이동하고 있다. 가장 몸이 작으면서 가장 멀리 날아가는 새, 도요새가 먹이를 찾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여름을 나고 호주와 뉴질랜드로 월동하기 위해 날아가다 제주에서 잠시 휴식하고 있다.

잠수성 조류로 빠른 날개 짓을 하는 논병아리. 논병아리가 만든 갈대밭의 둥지는 물위에 떠있지만 파래와 마른 잎으로 덮어 알이 보이지 않도록 은폐했다. 쇠물닭도 무더위를 식히는듯 목욕을 하고 갈대숲으로 가서 몸을 말리고 있다. 습지 주변 소나무와 바위에 중대백로와 중백로,쇠백로들이 떼를 지어 쉬고 있다.

물수리도 발견됐다. 도요새 1마리가 게 1마리를 낚아채 정신없이 먹고 있는 사이 청둥오리가 도요새를 쫒아내고 빼앗아 먹고 있다. 왜가리 1마리가 습지주변 돌담위에서 오수를 즐긴다. 심심했는지,아니면 졸렸는지 혀가 보일 정도로 큰 하품을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 여름, 강남으로 가기 위한 제비가 더위를 피해 잠시 습지에서 수서곤충을 낚아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직박구리도 목욕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습지에 물을 먹기 위해 소 떼가 몰려오자 까마귀 떼도 같이 날아든다. 물을 마신 소들이 습지주변에서 한가히 여가를 즐기는 사이 까마귀들이 소에 달라붙은 진드기를 먹고 있다.

찌는 듯 한 무더위가 물러가고 짙푸른 녹음도 서서히 갈색으로 변하고 있는 9월 하순, 한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지만 한라산 정상은 이미 깊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노루 4마리가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백록담에 고인 물을 먹고 있는 노루. 한라산의 상징, 노루도 습지가 없으면 살수 없다.

습지 생물들은 갓 태어나면서부터 어미의 보호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헤엄치는 법, 사냥술도 자기 스스로 터득하며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다른 생물을 잡아 먹으면서도 또 다른 생물에게 잡혀 먹히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오직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세계. 필사적으로 살아남은 생물들은 종족을 번식시키는데 평생동안 전력을 다한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물과 땅, 하늘을 찾아나서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도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수억년동안 대를 이어가고 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생태계의 먹이사슬 끈이 한군데라도 무너지면 전체 생태계에 혼란을 주게되고 결국 파멸된다. 습지가 사라지면 이곳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생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되고 결국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살기 어려워진다. 생명의 땅, 습지를 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습지는 반드시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