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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저널-5호] (2002년 5호 기획) 참개구리는 왜 못을 떠나 풀밭으로 삶터를 옮겼을까
 글쓴이 : 기자협회
작성일 : 2008-03-21 23:45   조회 : 933  
HTML Document 참개구리는 왜 못을 떠나 풀밭으로 삶터를 옮겼을까

좌승훈 <제민일보 습지취재팀장·문화부장 대우>

겨울 철새들이 돌아왔다. 황량한 들판과 개펄은 거대한 야외 무대로 바뀌었다. 철새들의 멋진 군무와 울음소리에 취재팀은 어느덧 시인이 되고 만다.
인간의 세상인가, 새들의 세상인가.
구좌읍 하도리 창흥동 양어장. 이 일대는 어류 양식장과 갈대 숲으로 이뤄져 철새들이 겨울나기에 안성맞춤이다. 매년 11월 초순이면 북쪽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마친 도요새류, 물떼새류, 백로류, 가마우지류, 오리류, 갈매기류, 황새, 저어새, 수리, 매 등의 철새가 제주도로 날아든다.
창흥동에서 겨울을 나는 새는 대략 24종. 가장 많이 찾는 새는 홍머리오리다. 머리와 가슴이 붉은 깃털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홍머리’다. 매년 500∼1000마리의 홍머리오리가 이 일대를 찾는다고 한다.
창흥동 철새 도래지의 동틀 녘과 해질 녘은 새들이 한꺼번에 이동하기 때문에 황홀한 군무가 펼쳐진다. ‘꽥꽥’‘끼르륵 끼르륵’‘삐약 삐약’…. 새들의 소리가 천지를 뒤덮는다.
바람소리에 뒤섞인 새들의 자연음. 제 아무리 장엄한 교향곡이라도 흉내낼 수 없다. 하늘도 새들의 움직임에 따라 검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하얗기도 하다.
취재팀이 사진을 찍기 위해 어른 키 만큼 자란 갈대 숲을 헤쳐 나아가자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갑자기 날아 올랐다. 순간,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길 안내를 해준 김성은 하도리장은 ‘참매’라고 했다. 망원렌즈와 쌍안경으로 그 녀석을 당겨 봤다. 이들의 힘찬 날갯짓을 보고 누가 감히 희망이 아닌 것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제주도는 섬 전체가 습지다. 1971년 2월 이란의 람사(Ramsa)에서 열린 협약(일명 람사협약)에 따르면 ‘물이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영구적이든, 고정된 것이든, 흐르는 것이든, 담수든, 염수든, 바닷가를 포함해 수심이 6m가 넘지 않는 지역 모두’를 습지로 규정했다. 연안습지의 범주에 조간대(潮間帶)가 포함되기 때문에 제주 섬 전체가 습지인 셈이다.
특히 제주도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보여준다. 기생화산의 분포는 세계적으로 드물며, 환경부 지정 습지보전지역인 물영아리 분화구를 비롯해 오름을 중심으로 형성된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물영아리를 보자. 물영아리 오름은 겉둘레가 약 1km이고, 화구호는 둘레 300m, 깊이 40여m에 달하는 함지박 형태다.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해 생긴 기생 화산으로, 오름 안팎에는 `송이`라고 불리는 화산 쇄설물이 널려 있다. 물영아리 오름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보호 대상 곤충인 물장군을 비롯하여 곤충 47종, 참개구리·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이 일대에 서식하는 물장군은 물찻오름의 제주 도룡뇽처럼 다른 지역 종들과는 유전적으로 다를 가능성이 높아 유전자원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제주사람들은 누구나 바닷가나 못, 내, 저수지에 얽힌 추억을 갖고 있다. 상수도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마을의 소중한 식수원이자 우마(牛馬)급수장으로 활용됐다.
햇볕 쨍쨍한 여름날이면, 동네 개구쟁이들은 붕어나 잉어를 잡으며 물놀이를 했다. 송장헤엄은 묘기에 속했고 잠수해서 오래 버티기도 했다. 그 시절의 물놀이는 요즘의 선풍기나 에어컨과 비교할 수 없는 서늘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가뭄 때 물 걱정을 덜기 위해 판 못 주변에는 대개 땅을 내놓은 자의 뜻을 기린 공덕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상수도가 개설되고 물 걱정이 사라진 탓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공덕비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듯 균형을 위한 긴장감을 상실한 채 방치되고 있다. 과연 지금은 그 옛날에 비해 물이 풍부해진 것일까.
최근 습지는 개발바람에 밀려 파괴되고 있다. 도로확장과 해안도로 개설, 각종 매립공사로 인해 자연생태계의 상생(相生)과 순환(循環)의 원리가 깨지고 있다. 자연과 인간은 협력관계여야 하지만, 인간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과 자연은 멀어져 왔다.
예를 들어보자. 대표적인 게 해안도로. 공사과정에서 모래언덕과 환해장성이 훼손되고 물골이 잘 발달된 뻘을 파헤쳐 놓았다. 모래언덕, 즉 해안사구는 바람에 운반된 모래가 해안식물에 붙잡혀 오랜 기간에 걸쳐 층층이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해안 방어기능을 갖고 있는 모래언덕이 훼손되면 모래교환이 차단되고 백사장의 모래가 계속 씻겨 내려갈 수밖에 없다.
보전이란 미명 하에 오히려 훼손을 부추기는 곳도 적지 않다. 못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뻘을 걷어내고 물풀을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생명의 텃밭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갈대나 부들은 정화작용을 한다. 갈대나 부들은 물의 깊이에 따라 성장속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성장이 왕성하다는 것은 물 속에 녹아있는 오염물질을 많이 흡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습지의 토양이나 물이 썩지 않고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풀들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일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천 정비의 경우 재해방지에만 초점을 맞춰 제방을 이용한 하천의 직선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배후습지가 차단되고 물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크게 보면 개발은 보존만큼 중요하다. 환경을 보존하는 개발은 또 하나의 보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므로 후손들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짧은 시간에 가능하나 그 회복은 장구한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민일보 습지 취재팀은 지난 99년 12월에 구성됐다. 당시 대학을 출입하던 좌용철 기자와 사진부 김영학 기자가 팀원이다. 기획물은 ‘생태계의 보고, 습지’란 제목으로 2000년 1월부터 매주 연재되고 있다.
어느덧 100회를 넘긴 이 기획물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은 무척 컸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습지보전대책이 강구되고, 조간대에 대한 연구용역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취재팀은 현재 서귀포시와 남제주군 지역의 습지를 연재하고 있다. 제주시와 북제주군 지역의 습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기획물을 재정리해 제주습지기행Ⅰ, ‘참개구리는 못을 떠나 삶터를 풀밭으로 바꿨다’란 단행본도 발행했다.
참개구리는 그 지역의 생태환경 지수를 나타내는 환경지표 동물이다. 그 땅이 살만한 곳인가는 참개구리가 얼마나 있는가를 놓고 따질 수 있다. 참개구리는 왜 못을 떠나 삶터를 풀밭으로 바꿨을까. 그 물음에 대한 해답 찾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